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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class

미래의 감독이 되기 위한 아동 영상 제작자들

by JamE art 2023.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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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보름이 다 되어 간다. 이번 수업은 아이들이 직접 그린 캐릭터와 그림들을 이용해서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대로 영상을 제작해 보는 것이다. 처음 해보는 아이들이 많아서 손이 많이 가고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았지만 차곡차곡 영상을 만들어가면서 재미를 느끼는 아이들이 보여서 뿌듯하다. 이번 수업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에 아이들이 어려움을 많이 느낀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만들기 어렵다면 단순 일상의 나열부터 시작해보고 있는데 그 흔한 일상조차 "생각이 안 나요." 하는 아이들에게 좋아하는 게 뭔지부터 물어보고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캐릭터 만들기

 

영상을 만들어 유투브에 업로드하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한 수업은 나의 캐릭터 만들기였다. 내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해 보고 그 캐릭터를 매 영상마다 등장시킬 수 있는 메인 인물로 설정했다. 스토리를 만들고 매번 등장인물들을 다 만들 수는 없으니까 어떻게 하면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다른 친구들이 만든 캐릭터를 등장인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친한 친구사이인 경우에는 마치 아바타처럼 등장인물로 같이 나오기도 하고, 호랑이나 괴물 이미지는 자주 등장하는 인기 인물이 되었다. 

 캐릭터들을 다 모아둬야했기에 벽에 크게 펠트천을 붙여두고 아이들 캐릭터 뒤쪽에 찍찍이를 글루건으로 붙여서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도록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캐릭터들이 점점 더 쌓여가서 뿌듯하다. 

 

스토리 짜기

 

캐릭터들을 다 만들고 나면 그 캐릭터가 등장해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지 글로 썼다.

애니메이션 제작에서는 이 부분을 콘티라고 하는데 콘티는 '이러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 하는 밑그림이다. 어떤 배경이 필요하고, 어떤 소품이 있어야 하며 등장인물이 누구인지, 녹음할 목소리의 대사는 뭔지 미리 적어두는 설계 도면 같은 것이다. 이 부분에서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다른 친구들의 예시를 보여주기도 하고 이런 이야기도 있어하고 예시를 들려주기도 했는데 어떤 이야기를 할지 어려워해서 새삼 글을 쓰는 작가나 그림책을 쓰는 작가들이 얼마나 고심을 하나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수십분을 앉아서 고민하던데 다했다고 해서 막상 보면,

"수업 다 하고 우리 탕후루 사 먹으러 갈래?"

"그래 좋아, 탕후루 사먹자."

"딸기 탕후루, 샤인머스캣 탕후루 두 개 주세요."

"아 맛있다. 다음에 또 사 먹자."

이런 일상을 나열한 이야기여서 내심 실망스럽지만 내색하지 않고 "그래 좋아! 어떤 배경이 필요할까?"

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처음에는 이야기가 생각이 안 나서 이렇게 만들어보지만 점점 더 진화할 것이라고 믿었다. 

꼭 이야기 안에 교훈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재치 넘치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정신없이 아이들의 영상 촬영을 돕고 편집하고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것을 마치고 나면 하루가 빠르게 흘러갔고 첫째 주, 둘째 주 시간이 지날수록 정말 생각대로 아이들의 이야기가 풍성해지기 시작했다.

 

배경 만들기 

 

스토리를 짜고 나면 그에 맞게 배경이 필요했다. 사막 배경도 있고, 낮의 숲 속, 밤의 숲속, 바다, 흙길, 우리 집 거실 등 각자가 필요한 다양한 배경을 4절 크기의 종이에 그림으로 그렸다. 그렇게 쌓여가는 배경을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면 쓸 수 있도록 공유를 했고 배경 위에 올려놓고 보니 인형극 같아서 아이들이 설레했다. 배경을 그릴 때는 캐릭터들이 돋보여야 해서 여기가 어딘지만 보여줄 있는 간단한 그림들만 그리도록 했는데 아이들이 생소해했다. 뭔가 휑한 게 적응이 안 된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은 구도를 잡고 원근감도 표현하며 주인공들을 그리는데 배경은 그 역할에 충실해야 하니 조금은 단순하게 그려야 캐릭터들이 돋보인다. 필요에 따라 그릴 수 있음을 아이들이 배운 기회가 되면 좋겠다.

 

사진 찍기 

 

사진을 찍을 때는 프레임 레이트에 대해서 설명했다. 프레임 레이트는 1초 동안 사용하는 이미지의 매수이다. 이미지를 연속으로 이어 만든 것이 영상이므로 TV 드라마나 영화 같은 작품에서는 초당 30장에 가까운 이미지가 사용된다. 영화에서는 24장이 표준이라고 한다. 기법이나 촬영법에 따라서 다르지만 보통 초당 6~8장 정도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10초짜리 영상을 만들면 80장의 이미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렇게 많이 찍으면 움직임은 자연스러워지겠지만 아이들이 힘들어할 것 같아서 GIF를 만들 수 있는 50장의 사진을 찍도록 했다. 3주 차에 접어드니까 아이들이 점점 더 많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시키지 않았는데 움직임이 어색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익힌 것이다. 오늘은 150장가량 찍어서 편집한 아이도 있었다. 50장의 사진을 찍어 영상으로 만들면 평균 22초의 영상이 제작된다. 

 

※ GIF: 그림 파일 형식의 하나로 Graphics Interchange Format의 약자로 네트워크 상에서 그래픽을 압축하여 빠르게 전송하려는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사진을 찍어서 GIF로 만들어보면 어떤 문제점이 보이는지 아이들이 찾아낸다. 가끔 마음이 급해서 종이인형을 조금씩 움직이다가 찍힌 손이 나오기도 하고 급작스럽게 움직여서 부자연스러운 부분을 찾고 다시 찍으려고 한다. GIF로 사진들을 변환한 후 미래의 감독에게 묻는다. "마음에 드니?"

 

영상으로 제작하기

갤럭시 폰의 기본 옵션으로 GIF로 만들고 난 뒤에는 어플로 불러와서 목소리도 녹음하고 노래도 배경음악으로 깔아주며 원하는 아이들은 자막도 달았다. 그 어플로는 유투버로 활동하고 있는 경임이에게 추천을 받은 캡컷이라는 어플을 이용했다. 간단하게 조작할 수 있어서 정말 편리하게 뚝딱 영상을 만들 수 있었다. 

 GIF로 불러온 영상 위에 원하는 위치를 체크하고 목소리를 녹음했다. 다행히 휴대폰 가까이 대고 말하면 뒤에 소음들은 잘 들리지 않았다. 부끄러워서 소곤소곤 녹음한 아이들이 최종 확인을 할 때 너무 소리가 작구나 느끼면 다시 녹음할 때는 용기를 내서 큰소리를 넣었다. 직접 듣는 목소리와 영상 속에 들어간 목소리는 달랐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자 너무 귀여웠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는 아이들의 영상에는 내 목소리가 많이 들어가 있는데 호랑이가 되기도 하고 오빠가 되기도 했다. 그저께는 좀비도 되었다. 재미있게 넣으려고 목소리를 변환하니까 선생님이 웃기다고 자지러지게 웃었다. 너희들이 재미있으면 됐어. 부끄러움은 잠시 넣어둘게.

 

영상 업로드

수십 개의 영상이 업로드되었다. 재미를 붙이고 벌써 세 개, 네 개의 영상을 만든 아이도 있고 아직 준비작업 때문에 하나도 못 만든 아이도 있지만 다른 친구들의 영상을 보는 재미가 쏠쏠한가 보다. 사실 어른들이 보기에는 각도도 안 맞고 초점이 안 맞는 것도 있고 어설플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애니메이션이 제작되고 영상 작업 이 된다는 것을 체험해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며칠 전에 화살을 쏘는 사람을 그린 아이가 있었는데 화살이 튀어 나가 괴물을 쏘는 장면을 프레임 레이트를 많이 잡아서 의도대로 잘 만들었다. 뿌듯했는지 돌려보고 또 돌려보고 하더니 집에서도 많이 봤나 보다. 조회수가 엄청 많이 올라가 있었다. 뿌듯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면 이번 수업의 대성공이다. 

 

 

 수업 후기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의 표현이다. 그림을 완성했다는 성취감으로 끝내도 좋겠지만 그 그림이 굿즈도 될 수 있고 작품도 될 수 있고 다른 창작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늘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다. 내가 그림 그림이 이렇게 귀하게 쓰일 수도 있구나. 그래서 다른 그림도 그려보고 싶은 욕구가 생길 수 있는 수업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매일매일 일적인 메모를 하는데, 포스트잇에 쓰고 그 일이 마무리가 되면 버리곤 했는데 요즘은 그 일적인 메모들도 다이어리에 기록해 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니 내가 이때 이런 일을 했구나 하고 또 하나의 기록이 되었다. 아이들도 그냥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영상으로 만들고 때로는 굿즈로 만들어보면 오래도록 추억할 수 있는 기록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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