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드로잉 재료에 대한 소개를 했는데 오늘은 칠하기 재료에 대해 적어보겠다. 드로잉에 재미를 느끼고 계속 그리기를 하는 아이도 있고 그림을 그리는 것은 힘들어하지만 색칠하는 것이 좋은 아이도 있다. 색칠하는 것이 재미있는 아이들은 높은 확률에 색에 대한 관심도 많다. 이것저것 색을 섞어보기도 하고 두 가지를 섞었을 때 본인이 아는 색이 나오면 정말 기뻐한다. 색을 구현하는 칠하기의 재료는 정말 무궁무진하다. 그중에 많이 쓰는 재료들을 소개하겠다.
유화 물감
유화 물감은 가장 오래되고 전통적인 칠하기 재료이다. 15세기에 얀 반 에이크가 처음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얀 반 에이크의 대표작으로는 '아르놀피니의 결혼'이 있다. 얀 반 에이크는 네덜란드의 화가인데 유화 물감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이탈리아 화가들에 의해서이다. 17세기 빛과 어둠을 기가 막히게 표현한 네덜란드의 화가 렘브란트에 의해 그 기법이 완성되었다. 이후 유화 물감은 19세기 후반 표현주의 화가들에 의해서 널리 활용되었는데 이때 일반적인 재료로 자리를 잡았다.
유화 물감이 아직도 많이 쓰이고 인기가 있는 것은 색감이 풍부하고 다른 재료와도 잘 어울리기 떄문이다. 빨리 마르지 않는 특징은 장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 되기도 하는데 초보자들에게는 수정하기가 쉬워서 비교적 다루기 쉬운 재료이다. 유화물감은 입문자가 쓰기 부담스럽지 않은 저렴한 가격의 물감부터 준전문가용, 전문가용 등 가격차이에 따라 질의 차이도 있다. 보통 희석제(린시드유, 테레빈유)를 섞어 사용하는데 물감이 60%, 희석제가 40%가 적당하다.
유화 물감은 예전에는 냄새도 너무 심하고 특히 붓을 세척할 때 세척제가 냄새가 너무 강해서 힘들었다. 하지만 십여 년 전보다 냄새가 많이 덜해지고 편리하게 업그레이드되었다. 유화물감을 대체할 수 있는 물감이 많아서 보통 아동 미술에서는 아크릴 물감을 더 널리 사용하고 있지만 아크릴 물감으로 표현할 수 없는 색의 깊이는 유화 물감으로 표현하기가 좋다.
-기본적인 유화 색상: 검은색(아이보리 블랙), 흰색(티타늄 화이트), 빨간색(알리자린 크림슨), 주홍색(인디언 오렌지 레드), 노란색(레몬 옐로우), 파란색(코발트블루), 하늘색(세룰리 언 블루), 밤색(번트 엄버), 고동색(번트시에나), 황토색(엘로우 오커)
<유화 붓>
-평붓: 납작붓이라고도 부르는데 끝이 납작한 붓을 말하며, 물감이 많이 묻어서 큰 여백이나 각이 있는 모서리를 칠하는데 좋다.
-짧은 평붓: 평붓보다 털이 짧아서 통제하기가 편하고 강한 질감과 붓터치가 필요할 때 쓴다.
-둥근 붓: 긴 털을 가진 붓으로 끝이 둥글다. 부드러운 효과를 내며 배경이나 인물을 그리는데 쓰여서 기본적인 붓이다.
-필버트 붓: 끝이 약간 둥근 형으로 점을 그릴 때 편리하다.
수채화 물감
수채화 물감은 15세기에 네덜란드에서 발명된 미술 재료로 17세기에는 영국에서, 1850년부터는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아동 미술에서도 가장 널리 쓰이는 물감으로 기름이 베이스인 유화 물감보다는 수채화 물감이 옷에 묻거나 손에 묻었을 때 손쉽게 씻을 수 있어서 편하다. 수채화란 기본적으로 물을 사용하는 투명한 재료지만 여기에 백묵과 혼합물을 넣어 응고시키면 불투명한 과슈가 된다. 수채화는 투명할 때 가장 좋은 효과를 낼 수 있고 여러 가지 색을 겹쳐서 중첩된 효과를 냈을 때 다양한 색을 보여줄 수 있다. 칠을 할 때 가장 빛을 많이 받는 밝은 부분을 흰 종이로 남겨두면 반사되어 쨍하게 빛을 받는 듯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유화는 어두운 데에서 밝은 데로 칠해 나가는 반면, 수채화는 밝은 데에서 어두운 데로 칠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어두운 부분에 한 번에 색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중첩되게 여러 번 올리면서 명암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표현할지라도 맑은 느낌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은 수채화를 배울 때 물감이 덜말랐을 때 그 위에 다른 색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얼굴을 칠할 때 얼굴색을 칠하고 마른 뒤에 표정을 색칠해 나가야 되는데 못 참고 위에 바로 칠해버린다. 그래서 수채화를 할 때는 그림을 전체적으로 한 바퀴 돌고 또 돌고 반복해야 한다고 가르치지만 그게 잘 안된다. 인내를 가지고 여유롭게 해야 한다고 늘 말해주는데 덜 마른 상태에서 계속 색을 올리면 맑게 중첩되는 효과가 없어지고 불투명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과슈
과슈는 불투명 수채화 물감이다. 수채화 물감이 물을 사용하여 농도를 옅게 한다면, 과슈는 흰 물감을 섞어서 채도를 낮춘다. 15세기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평면 색깔이 밝고 맑으며 다루기에 간편하다. 여러 색을 섞으면 채도가 떨어져서 무거운 느낌을 표현하기에 좋다. 유화 분위기를 낼 수 있으나 유화와 달리 윤기가 없어서 차분하고 부드러우며 단백한 느낌이 있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갓 발랐을 때보다 말랐을 때 색조가 더 밝아진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불투명 수채화를 할 때 자주 이용하며 일러스트레이션, 그래픽, 회화 등에 많이 이용되고 있다.
에그 템테라
이 물감은 색소에 달걀 노른자를 섞어 만든 것으로 유화 물감이 나오기 전 16세기까지 주요 재료로 쓰였다. 예전에는 화가가 직접 만들어서 썼으나 요즘음에는 미리 만들어진 물감을 사용한다. 에그 템테라의 장점은 계속해서 덧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초록이나 초록기가 있는 밤색 등의 기초 색을 칠해놓고 그 위에 큰 붓으로 색을 엷게 칠하거나 입혀 나가는 방법, 또는 크로스해칭으로 더 실하거나 나이트 등으로 질감을 쌓는 방법 등 전통적인 기법을 쓰고 있다.
아크릴 물감
아크릴 물감은 부착력이 강하여 캔버스나 나무판, 플라스틱, 시멘트 바닥 등 어느 곳에나 사용할 수 있다. 물을 섞어 칠하면 투명하게 표현할 수도 있고 색이 선명하기 때문에 예술가들도 널리 이용하는 물감이다. 유화와 마찬가지로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그림 위에 덧칠하면 되는데, 유화 물감과 아크릴 물감을 같이 쓸 경우에는 아크릴 위에 유화 물감을 칠하는 것은 괜찮지만 유화 물감 위에 아크릴 물감을 칠하면 벗겨진다. 아크릴 물감은 빨리 굳는다는 특징이 있는데 빠르게 그림을 완성시킬 수 있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풍경을 칠하거나 여러 번 덧칠이 필요한 그림을 칠할 때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아크릴 물감이 빨리 마르지 않도록 아크릴 리타 터를 사용하면 굳는 속도를 지연해주기도 하고 양을 많이 쓰면 수채화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빠르게 굳기 때문에 붓을 항상 깨끗하게 씻어야 하는데 물감이 묻은 그대로 두면 딱딱하게 굳어서 못쓰게 된다. 아이들에게 반복적으로 붓을 바로 씻거나 물에 담가두라고 말을 해줘야 하고 아크릴 물감이 묻은 옷은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미술복을 꼭 입고 미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권한다.
포스터물감
포스터물감은 발색이 선명하고 쨍하며 색의 수가 많다. 혼색해도 변색이 일어나지 않으므로 겹쳐 칠할 수 있고 건조시간도 짧다. 넓은 면적에 얼룩 없이 골고루 칠하기 좋으므로 디자인용으로 많이 쓰인다. 물감을 충분히 섞고 붓질은 한 방향으로만 하며 덧칠이나 수정을 할 때는 밑색이 완전히 마른 뒤에 칠한다.
포스터 물감은 80색 이상 다양한 색상들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색상 이름을 외우고 색의 차이를 배우기에 용이하다. 아이들이 쓸 때 주의할 점은 색이 서로 섞이지 않도록 나이프를 이용하여 색을 덜어 쓰도록 한다.
붓
붓은 일반적으로 평붓과 둥근 붓으로 나뉘며 털은 탱탱한 것과 부드러운 것이 있기 때문에 화방에서 붓을 확인하고 사길 권한다. 재료로는 담비 털이나 황소 털을 사용하는데 최근에는 합성모를 많이 쓰고 있다. 붓은 저렴한 것보다 가격대가 있어도 좋은 붓을 사서 잘 관리한다면 오래 쓸 수 있다. 저렴한 붓의 가장 큰 단점은 색칠을 하면서 붓 털이 자꾸 빠진다는 것이다. 크기는 평붓과 둥근 붓 둘 다 6호, 8호, 10호, 12호, 14호, 16호, 18호 등으로 숫자가 올라갈수록 큰 붓이다. 보통 아이들이 수채화를 할 때는 12호, 14호를 권한다. 정교하고 세밀하게 표현할 때는 세필붓을 이용한다.
붓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수명이 결정된다. 사용한 뒤에는 항상 깨끗하게 세척하여 붓 털이 위로 향하도록 꽂아 털이 휘는 것을 조심해야 하고 안에 털이 꼬이지 않도록 붓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붓을 사용할 때는 위에서 1/3 지점을 쥐고 손목을 움직여가며 그림을 그리면 된다. 부드러운 털의 붓은 수채화나 아크릴 물감을 사용할 때 이용하면 좋고 유화용 붓은 약간 거친 것이 좋다. 용도에 따라 붓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준비하도록 한다. 넓은 부분의 배경을 칠할 때는 큰 사이즈의 평붓을 이용하는데 백붓이라고 부른다.
미술 재료는 너무나 다양해서 화방에 가서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된다. 물감의 종류도 다르지만 튜브형, 대용량 등의 용량에 따라서도 크기와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많이 쓰이는 흰색이나 검은색은 대용량을 사놓고 오페라, 바이올렛 등의 색상들은 튜브형으로 준비해 둔다. 또한 섞어서 만들 수 있는 색상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색을 만들어서 미묘한 차이를 알 수 있도록 한다.
나무판에 그림을 그리거나 종이가 아닌 다른 재료를 이용할 때 아이들이 아크릴 물감을 쓰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면 미술복부터 입으러 간다. 그렇게 재료별 특징을 이해하고 경험으로 알 때 기특하고 뿌듯하다. 칠하기의 다양한 재료들을 써볼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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