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스키조프레니아존이 뭘까?
기생충 영화는 보고 또 봐도 새로운 게 발견되기도 하고 볼 때마다 재미있어요.
카톡방에서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영화에서 기정이가 말한 스키조프레니아존이 진짜로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친구 대신에 부잣집 과외 선생님으로 들어간 기우는 둘째 아들인 다송이의 그림을 보게 됩니다.
"침팬치를 그린 거죠?"
"아뇨, 자화상이에요." 하는 대답을 듣고 정말 상징적이라는 말을 해줍니다.
아이가 특이해서 미술 선생님들이 전부 감당을 못한다고 하자 기우가 아이디어가 번뜩여요. 미술은 잘하지만 미대를 못 간 동생 기정이를 외국 유학파 출신인 미술과외 선생님으로 속여서 다송이의 미술 선생님이 돼요.
첫날 기정이는 아이와 그림을 그린 후에 엄마 연교를 불러서 본인이 미술 치료를 공부했다며 다송이의 그림을 분석합니다. "다송이에게 혹시 1년전 쯤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하고 물으니 엄마 연교는 자지러지면서 놀라서 물어봐요.
다송이의 그림 오른쪽 아래를 가리키며 스키조프레니아 존이라고 하면서 다른 그림도 똑같이 이렇다고 말해줍니다. 검게 칠해져 있는 부분을 보면서요. 실제로 미술 심리 검사나 해석에 있어서 스키조프레니아 존 같은 건 없어요. 봉준호 감독의 연출에서 기가 막히게 실제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라디오스타에서 다송이가 그린 그림을 직접 그린 후니훈(=지비지 작가)은 침팬지를 형상화한 그림과 우측 하단에 스키조프레니아 존이라는 것을 감독님이 직접 설정했고 창작한 거라고 밝혔어요.
스키조프레니아란 조현병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극 중에서 조현병을 의미하는 구역인데 이 부분에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조현병 징후가 있다고 기정이 말했고 그걸 들은 엄마 연교는 깜짝 놀라서 바로 기정을 고용한 걸로 나와요. 그림을 해석하는 데에 있어 그림을 그리는 필압, 쓰는 색깔, 그려내는 형태에 해석을 하는 것이지 그림의 특정 위치에 어떤 표현을 한다고 해서 그 질병의 싸인이 보인다 하는 해석은 애당초 없습니다. 그림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단지 결과물인 그림만 봐서는 100% 정확하게 해석하고 진단할 수는 없는 거 같아요. 지난번 HTP 테스트에 대한 글을 쓸 때도 했던 이야기인데, 그림을 전체적으로 보고 해석할 수 있고 그림을 그릴 때 아이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면서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지 단편적인 것으로만 해석하면 틀리기 쉽습니다.
스키조프레니아존을 의도한 이 그림은 그럼 어떻게 나온 걸까요?
지비지 작가
이 그림을 그린 작가는 세 가지 이름이 있어요. 후니훈, 지비지 그리고 정재훈입니다. 어릴 때 비트박스로 CF에서 수없이 많이 들어본 '북 치기 박치기'를 랩 했던 후니훈, 래퍼 활동을 하며 일상에서 느낀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 그림들로 봉준호 감독에게 선택받은 작가 지비지, 음악, 미술 그리고 예술의 경계선이 없는 작품을 표현해 내는 아티스트 정재훈입니다.
기생충 연출팀의 연락을 받았을 당시 작가는 한창 태국 여행 중이었는데 여행 일정이 많이 남아 귀국을 망설이자 친구가 "너 미쳤냐, 빨리 한국 들어가라"라고 등을 떠밀어준 덕분에 기생충 작품에 합류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요. 기생충이 아카데미에서 수상하면서 그림의 가치도 올라가서 100억까지 제안이 왔다고 해요.
봉준호 감독이 비밀 유지를 부탁해서 와이프에게도 1년 동안 비밀로 했다고 하는데, 감독님이 작가에게 기생충 시나리오를 건네며 "이 부분이 중요한 그림이 될 거니까 잘 부탁드린다"라고 말하며 두 가지 요구 사항을 이야기했어요. 한 가지는 침팬지를 형상화한 인간을 그려달라는 것, 다른 하나는 그림 안에 스키조프레니아 존을 설정해 달라는 것이었어요. 작가는 약 5개월 동안 기생충을 위한 그림만 30장 넘게 그렸다고 해요. 그중에 10점을 골라서 1번부터 10번까지 번호를 매기고, '1번과 5번을 섞어보라', '7번, 8번을 섞어보자'라는 감독의 지시를 통해 최종적으로 다송이의 자화상을 완성하게 되었어요.
기생충에서 지비지 작가의 그림이 나오면서 지비지 작가도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활발하게 전시를 하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아요. 더글로리에서 사라가 그린 그림의 원작자로 알려진 권현진 작가 그림 역시도 그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더 찾아보고 그 작가의 매력에 빠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지비지 작가는 표정에 중점을 두고 그림을 그린다고 해요.
"사람은 표정에서 행복, 슬픔, 기쁨 등 모든 성격을 드러낼 수 있잖아요? 눈, 코, 입에 의해 다양한 얼굴들이 나타나니까 그 표정에서 매력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지비지 작가
지비지 작가는 자신의 감정과 타인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감정 그리고 그 두 가지가 결합되는 순간의 분위기와 기분까지 화폭에 담아내려고 노력한다고 해요.
다송이의 그림 해석
30점이 넘는 그림을 그리고 또 수정하고 다시 그리고 하는 작업을 반복하는 동안, 감독에게 다양한 정보들을 미리 듣고 그림을 그렸을 것 같아요. 다송이가 캠핑을 좋아해서 텐트도 그려놓고 오른쪽 하단에 그 스키조프레니아존이라는 곳을 자세히 보면 허리를 잔뜩 구부리고 있는 대머리 사람을 볼 수 있어요. 아마 지하에 살고 있는 아줌마의 남편이었던 그 사람을 만났을 때 봤던 모습을 그려 넣은 거 같아요. 또한 깜짝 놀란 눈은 그때 마주친 아저씨를 본 다송이의 얼굴을 표현한 걸 거예요.
그런데 보통의 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때 저렇게 단호하고 선명한 선으로 표현하는 것이 어려운 거 같아요. 자신감 없이 연하게 선을 쓰거나 자신감 있게 쭈욱 하고 저렇게 과감하게 선을 그을 때는 형태가 정확하지 않을 때가 많거든요. 아이가 그린 것처럼 어른이 흉내 내서 그려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몰라요. 왼손으로 대충 잡고 그리거나 일부러 망치게 그리려고 해도 그 일부러 한 티가 다 나더라고요. 오른쪽 노란 화살은 지하실에 있는 아저씨가 위로 올라왔다,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는 거 같아요. 조현병 환자의 그림이라고 인터넷에서 찾아서 봤었는데, 그림에서 불안감이 느껴져요. 그에 비해 다송이의 그림은 선이 과감하고 안정된 구도인 거 같아요.
더 글로리에서도 사라가 구두를 100호 화폭에 크게 담아내는 장면이 있는데 사라가 살인의 범인을 알고 있는 것처럼 암시하며 나왔었죠. 그림이란 건 감정을 표현하는 하나의 소통이어서 드라마나 영화에 이렇게 나오면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거 같아요. 그림에 관심이 많은 저 같은 사람은 더더욱이 그렇죠.
HTP테스트를 하면 학부모님들은 아이들의 그림을 해석하는 것을 정말 궁금해해요. 하지만 그림 결과물만 갖고 심리를 모두 해석할 수 없고 미술 심리 상담을 할 때는 충분히 연구하고 공부한 전문가와 함께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림만으로는 기정이처럼 '1년 전에' 다송이가 어떤 충격적인 일을 겪었는지, 검은색을 칠한 영역을 스키조프레니아존인지를 알 수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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