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짤 때 아이들과 어떤 미술수업을 하는지 수업들을 찾아보고 커리큘럼을 짜는데요,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은 자주 등장합니다. 호박과 점을 이용해서 만들기도 하고 그리기도 하면서 아이들이 친숙하게 느끼는 작가 중에 한 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쿠사마 야요이
쿠사마 야요이는 일본의 현대 미술가입니다.지금은 94세인데도 아직까지 작품활동을 하는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한 작가입니다. 그녀는 1929년 나고야에서 태어났고 현재는 미국 뉴욕에서 거주하고 있습니다. 쿠사마 야요이는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작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녀의 작품을 보면 보통 혼돈스러운 패턴과 반복되는 도형, 선, 점 등이 중요한 특징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그녀의 정신적인 병력과 거의 연관이 있고 인생 전반에 걸쳐 그녀의 작업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용되는 매체들도 다양하고 회화, 설치미술, 패션 등의 다양한 장르에서도 활동했습니다.
나는 나를 예술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유년시절에 시작되었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하여 예술을 추구할 뿐이다.
-쿠사마 야요이
쿠사마 야요이가 언급했던 것처럼 그녀에게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었는데요, 그에 대해 알고 작품을 보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쿠사마 야요이는 올림픽이 열렸던 일본 나가노에서 부유한 가정의 4남매 중에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1929년에 태어난 시대적인 상황을 고려해 보면 어렸을 때부터 군수 공장에서 낙하산 재봉일을 하기도 하는 등 늘 전쟁 속에서 자랐습니다. 그로 인해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지만 쿠사마 야요이의 어머니는 그것을 질병이라고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적절한 치료가 되었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교육이 부족한 탓이라고 여기며 어머니한테 매를 맞기도 해서 어린 쿠사마의 마음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아버지가 집을 나가면서 강박증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집에서 빨간 꽃무늬 식탁보를 본 뒤에 눈에 남은 잔상이 온 집안에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그게 얼마나 고통스럽고 충격이었을까요. 빨간 꽃무늬는 둥근 물방울무늬로 변형되어서 계속에서 자신의 눈에만 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물방울무늬는 그녀가 평생동안 했던 작업의 중요한 소재가 되었습니다.
자신의 환영으로 계속 작업을 하던 그녀는 23살에 마츠모토 시민회관에서 열린 전시에서 나시마루 시호 박사에 의해 자신이 정신질환이 있음을 처음으로 알게 됩니다. 시호 박사는 그녀가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었고 1966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초청받지 못했지만 전데 장 앞 잔디에 약 1,500여 개의 물방울무늬 오브제를 깔아 놓습니다. 개당 2달러였던 쿠사마의 사인이 적힌 수많은 물방울은 관람객의 관심을 받았고 다음번 베니스 비엔날레의 정식 초청장을 받게 됩니다.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쿠사마 야요이는 그러면 왜 호박을 많이 작업했을까요?
그녀가 호박에 대해서 쓴 글이 있습니다.
호박은 애교가 있고
굉장히 야성적이며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끝없이 사로잡는다.
나, 호박 너무 좋아
호박은 나에게는 어린시절부터 마음의 고향으로서
무한대의 정신성을 지니고
세계 속 인류들의 평화와 인간찬미에 기여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호박은 나에게는 마음속의 시적인 평화를 가져다준다.
호박은 말을 걸어준다.
호박, 호박, 호박
내 마음의 신성한 모습으로 세계의 전 인류가 살고 있는 생에 대한 환희의 근원인 것이다.
호박 때문에 나는 살아내는 것이다.
-쿠사마 야요이
여기서 알 수 있듯 쿠사마 야요이는 호박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쿠사마 야요이는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에서 호박 밭에서 자라는 호박을 자주 봤다고 합니다. 그 호박을 자신의 작품에 반영했고, 왜 그녀에게 호박이 끌리는 소재인가를 물었을 때 호박이 무한한 공간과 시간을 나타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호박을 자신의 작품에서 자주 사용했고, 주목받는 작품 중 하나인 '무한 거울의 방'에서도 반사된 호박 모양의 패턴을 사용했습니다.
몇 년 전 대구 미술관에서 쿠사마 야요이 전시를 봤었어요. 2013년이었는데 4개월 만에 33만 명이라는 엄청난 관람객이 다녀갔죠. 제주도 전시에서도 쿠사마 야요이의 무한 거울의 방은 일반인들이 많이 좋아하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에는 반복되는 도형과 패턴들이 많습니다. 예전에 친구중에 환 공포증이 있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녀는 쿠사마 야요이 작품을 볼 수가 없다는 말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무수히 반복되는 점들에 작업을 직접 했던 쿠사마도 자신에게만 계속되는 잔상이 너무 힘들어서 풀어내는 해소제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쿠사마 야요이는 자신이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을 했습니다. 아직까지 그녀를 괴롭히나 걱정이 되어 찾아봤는데 1977년 이후 회복되어 미술활동을 활발하게 이어오고 있습니다.
미술관이 사랑하고 사람들이 그녀의 전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일 겁니다.
뉴욕에서 어느 날 캔버스 전체를 아무런 구성없이 무한한 망과 점으로 그리고 있었는데 내 붓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캔버스를 넘어 식탁, 바닥, 방 전체를 망과 점으로 뒤덮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내 손을 봤을 때, 빨간 점이 손을 뒤덮기 시작했고 내 손에서부터 점이 번지기 시작해서 나는 그 점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그 점들은 계속 번져가면서 나의 손, 몸 등 모든 것을 무섭게 뒤덮기 시작했다. 나는 너무 무서워서 소리를 질렀고 응급차가 와서 병원에 실려갔다. 의사가 진단하기를 몸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고 정신이상과 심장수축 증상에 대한 진단이 나왔다. 이러한 사건 이후에 나는 조각과 퍼포먼스의 길을 택하게 되었다. 내 작업의 방향 변화는 언제나 내적인 상황에서 나오는 불가피한 결과다. -쿠사마 야요이
쿠사마 야요이를 배우는 수업
예전에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을 그려보는 수업을 했었는데 아이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걱정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수업을 하면 재미있게 쿠사마 야요이의 작업을 이해할 수 있을까. 아마 반복되는 똑같은 도형의 반복이 아이들은 힘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무수히 반복해도 지겹지가 않은데 자신의 작업이 아닌 쿠사마 야요이의 작업을 모작하는 것은 지루할 수도 있겠습니다. 고민을 하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생겼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 진행하는 쿠킹클래스에서 쿠사마 야요이표 쿠키를 만들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작가에 대해서도 배우고 좋아하는 음식 만들기를 하면서 무한정 즐거워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오랜 세월 작업을 하면서 지금까지 자신의 작업세계를 보여준 쿠사마 야요이에게 존경을 표합니다.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했다는 논란도 있었고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지만 쉬지 않고 작업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한계가 오기도 하고 새로운 아이디가 떠오르지 않으면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며 무수한 유혹에 빠질 수도 있으니까요. 평생을 작품활동을 해오면서 남긴 여러 작업들을 아이들이게 설명하고 그녀에 대해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다음 수업시간이 설레고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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