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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유화> 김창열 작가의 물방울 그리기

by JamE art 2023.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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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열_물방울그리기_유화

 

유화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아이들이 어려울 거 같아 오래전부터 해보고 싶은 수업이었지만 망설였습니다. 잘 마르지 않는 물감이니 옷깃에 묻기도 쉽고 뻑뻑한 물감은 다루기 어렵고, 오일을 써서 쓰면 냄새가 나니까 여러모로 아동미술에서는 어려운 재료입니다. 그래도 다양하게 다루게 하고 싶어서 이번에 김창열 작가의 물방울을 그리는 테크닉을 가르쳐주면서 유화 물감을 써봤습니다. 

 

김창열 작가

먼저 김창열 작가에 대한 설명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재작년에 김창열 작가는 별세하셨는데 2021년 인터넷 메인 뉴스로 접했어요.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물방울 화가 김창열 화백, 숙환으로 별세". 김창열 작가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안타까운 거장의 소식이었습니다. 

 

"물방울은 제 내면세계의 모든 것이지요. 이 물방울의 감동을 설명해 버리면 제 예술 전부를 털어놓은 셈이 됩니다."

제주도에 가면 김창열 미술관이 있습니다. 2016년에 제주시 한경면 저지문화지구에 개관을 하였는데 김창열 화백이 약 200여 점의 작품을 기증해서 지어졌습니다. 1957년부터 그려진 시대별 작품들과 자료, 서적, 미술 재료, 사진 등이 같이 기증되었는데 작품들의 가격 총액만 150~200억으로 추정되는 엄청난 규모의 기증이었어요. 

긴긴 세월 외국에서 작품활동을 해온 그가 제주도에 본인의 미술관이 세워진다고 했을 때 감회가 새로웠을 거 같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국 생활이 결국은 유배 생활과 다름없다는 생각이 점점 들면서 어떤 종착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결국 제주도가 날 받아줬다."  

화가라면 누구나 꿈꾸는 자신의 미술관이 세워지는 것을 살아생전 볼 수 있어서 그에게도 엄청난 기쁨이었습니다.

김창열은 한국 현대 화가로1972년부터 제작한 극사실적인 물방울 그림으로 잘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물방울 화가'로 불렸어요. 그는 다양한 재질과 형태의 물방울 그림을 그렸고 특히 천자문 배경으로 한 물방울 그림은 동양의 철학과 정신성을 보여준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1900년대에 활동한 한국 작가들의 생애를 들여다보면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이 있었던 시대적 배경을 반드시 알고 가야 합니다. 김창열 역시도 1949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 입학했지만 다음 해에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그는 잠시 미술을 그만둬야 했습니다. 그만두고 어떤 일을 하게 되었을까? 아이들에게 퀴즈를 냈습니다. 단순 설명보다는 아이들에게 느낀 점을 묻고 작가의 생애에 대해서 질문을 하면 더 깊이 작가를 느끼고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그는 경찰학교에 지원한 뒤에 5년 동안 경찰로 활동을 했습니다. 

 1960년대에 미국으로 간 김창열은 1966년부터 1968년까지 뉴욕의 아트 스튜던트 리그에서 판화를 배웠습니다. 미국에서 활동을 하다가 1969년에 백남준의 도움으로 파리 아방가르드 페스티벌에 참여하면서 파리로 이주를 하게됩니다. 미국에서 활동할 당시 팝아트가 유행할 때여서 그의 화풍은 주목을 끌지 못했던 거 같습니다.

 파리에서 물방울 작품이 탄생하게 되는데 당시 그는 무척이나 가난했습니다. 파리 근교의 마구간을 빌려서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재료비도 부족한 시기여서 이미 그림을 그린 캔버스를 재활용해야 했어요. 사용할 캔버스를 지우고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캔버스 뒷면에 물을 뿌려두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캔버스에 뿌려둔 물방울이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을 보고 그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게 됩니다. 초기에는 마포 위에 물방울만 담다가 점점 신문 활자 위에 물방울을 그리기도 했고 천자문을 배경으로 물방울이 변주되기 시작합니다. 이 물방울 시리즈로 1973년 파리의 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열게 됩니다. 그때 그의 그림은 호평을 받고 그의 생활도 나아지기 시작합니다. 

 어린 시절 외조부에게 배운 천자문을 작품에 녹인 것은 어쩌면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순수한 마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모든 것을 물방울로 용해시키고 투명하게 되돌려 보내기 위한 행위다. 노도 불안도 공포도... 모든 것을 '허'로 돌릴 때 우리들은 평안과 평화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

김창열 작가가 남긴 말입니다. 2020년 갤러리현대에서 생전 마지막 전시인 'The Path"전을 마치고 2021년 그는 투명한 물방울처럼 세상을 떠났습니다.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립읍 용금로 883-5

관람 시간: 9:00-18:00(입장 마감 17시)

도슨트: 11:00, 13:30, 15:30

 

한국전쟁 시기 1년 6개월정도 그가 피난 생활을 보낸 곳이 제주도입니다. 이때 우리가 잘 아는  이중섭 작가와 교류하기도 했습니다. 제주도에 가면 꼭 김창열 미술관에 가보라고 아이들에게 말해주면서 김창열 화가에 대한 설명을 마무리했어요. 

 

유화 

유화의 특징에 대해서 설명을 하지만 아이들이 직접 느껴볼 수 있는 기회여서 좀더 집중하고 물감을 느끼길 원했습니다. 유화는 기름으로 갠 물감을 사용하는 회화의 한 분야로, 보통은 수채물감을 많이 사용하는데 유화물감은 번거로워서 한국에서는 아동 미술로 거의 이용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기름 냄새도 나고요. 이번 수업에서도 부드럽게 해 주기 위해서 오일을 주니까 아이들이 냄새가 난다며 환기를 해달라고 난리통이었어요. 그래서 오일을 주지 않고 물감 원액을 주었답니다. 

 유화는 캔버스나 나무 판넬에 그리며 제작 중에 표현한 색과 건조 후의 색이 거의 변화가 없다는 장점이 있어요. 다만 건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림을 보관하는 환경에 따라 물감이 갈라지거나 변색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게 위해서 건조제나 그림 위에 코팅을 하는 바니시를 발라주기도 하는데 바니시에는 유광, 무광이 있지만 발랐을 때 중간톤이 잘 안 보이게 되어 쓰지 않는 작가들도 많아요. 바니시는 아크릴 물감처럼 완성하고 바로 바르는 게 아니라 자연 건조를 충분히 해주고(3-6개월) 바르길 권장합니다. 

유화의 기원은 이탈리아의 미술사가 바자리(1511-1574)가 주장하기에는 15세기 초 얀 반 에이크가 유화를 발명했다고 하지만 11-12세기 독일의 수도사 테오피루스의 기록이나 14세기 이탈리아의 화가 첸리노 첸니니의 그림기법 책에 유화물감과 유화기법에 대한 서술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그전부터 제작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얀 반 에이크가 유화의 발전에 상당히 기여했기에 15세기에 그때까지 많이 그렸던 템페라화를 유화가 대체하게 되었습니다. 

 

물방울 그리기 방법

1. 나무 판넬에 먼저 아크릴 물감으로 밑색을 칠했습니다. 유화 물감 위에는 아크릴 물감을 칠하면 내구성이 좋지 않아 떨어지거나 갈라지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아크릴 물감 위에는 유화 물감을 칠해도 됩니다. 적동판 같은 색 또는 반 다이크 브라운 톤의 색을 배경으로 칠한 뒤 드라이기로 충분히 말렸습니다.

2. 물방울을 자유롭게 스케치했습니다. 아이들이 "물방울 몇 개 그려요?" 하고 꼭 물어봐요. 크게 그리기보다는 작게 그려야 물방울 느낌이 더 잘 살기도 하고 부드럽게 색을 이어 줄 수 있어요.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그리게 했더니 크게 몇 개만 그리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색칠하는데 애먹어서 뒷타임 아이들부터는 물방울 개수를 20개 이상으로 정해줬어요. 

3. 먼저 시범을 보였습니다. 물방울을 이렇게 그리는거야 하고 보여주면 아이들이 그리는 기술적인 부분을 따라 그려봅니다. 한 개를 색칠하고 두 개를 할 때는 "저 망쳤어요." 하는데 괜찮다, 유화의 특징은 얼마든지 수정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전혀 망치지 않았다, 잘하고 있다 다독이면서 세 개, 네 개, 다섯 개 개수가 늘어갈수록 물방울을 물방울답게 채색하는 방법을 익힙니다. 

4. "다 칠했어요" 외치는 아이들에게 물방울을 다듬는 방법을 일러줍니다. 가장 밝은 흰색 물감을 찍는 부분, 반사되는 부분, 자연스럽게 그라데이션으로 이어주는 부분 등을 다듬어 나가면서 한 시간 반씩 두타임에 걸쳐 김창열 작가의 그림 설명과 작가의 생애, 직접 그려보는 물방울까지 수업을 했습니다. 

"이제 너희들은 물방울을 그리는데 전문가가 되었어."

하니까 아이들이 대답했습니다. 전문가가 아니라 이제 고수 또는 중수정도 된거 같다고. 

물방울 작품이 얼마에 낙찰이 되었고 김창열 작가에 대해 단순히 설명해주면 아이들은 지루해합니다. 조금 더 재미있게 설명하는 것을 연습하고 어떤 포인트에서 아이들이 흥미를 끌지 수업을 준비하곤 하는데 김창열 작가는 가난한 가운데 물방울 그림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햇빛이 창으로 환하게 들어오는 봄날이어서 감사했습니다. 캔버스와 분무기를 가지고 창문 앞에 모두 서서 물을 뿌려 물방울을 같이 감상했습니다. 반짝반짝 보석처럼 빛나는 물방울을 보고 아 이렇게 작가도 보고 그려야겠구나 생각했겠다 아이들도 공감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렇게 듣고 직접 본 것은 절대 잊는 법이 없습니다. 앙리 마티스, 에바알머슨 등 얼마 안 됐지만 이렇게 수업을 진행하는 것을 아이들이 즐기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다음 수업을 하는 도중에 그전에 배운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입니다. 아는 즐거움을 느끼는 아이들이 고맙습니다. 

나중에  아이들이 제주도에 여행갔을 때 김창열 미술관에 가보고 "나도 물방울을 그려봤어." 김창열 작가에 대해서 미술 선생님한테 들었어하고 기억해 준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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